제목 외에도 영화 곳곳에서는 가을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감정, 미적 요소 등을 섬세하게 엮어내며, 이 계절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이야기에 반영했어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애틀의 안개 낀 거리는 <만추>에서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영화는 풍요로운 가을의 시골 논밭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의 모습이 아닌 이국의 안개가 자욱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시애틀이란 도시의 시각적 요소에서 가을의 고요함 그 자체를 표현하여 인물의 텅 빈 마음, 처연함, 위태로움이 더욱 잘 느껴졌어요. 특히 ‘안개’의 기후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했는데, 이는 인물들의 불확실한 삶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 감춰진 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면서 드라마의 감동과 몰입을 배가시켰습니다.

또한, 트렌치코트를 입고 거리를 거니는 우수 어린 표정의 여주인공 ‘애나(탕웨이)’의 존재 자체도 가을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배우 탕웨이의 말 하지 않는 슬픔, 고요한 분위기, 섬세한 표정 변화는 가을의 감정적인 면모와 공명하는 연기로, 더없이 가을의 본질과 변화를 담고 있다 할 수 있었어요.

이처럼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이미지와 탕웨이가 연기한 애나의 이미지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며, 쓸쓸함이라는 깊은 늦가을 색을 담고 있어요.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피어났으나 빛을 보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마치 가득 익어 떨어진 낙엽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이들의 보이지 않는 복잡한 심리가 감각적인 영상미로 풀어지면서 대사가 아닌 시각적 이미지로 전달되었던 것 같아요.

인물의 감정 변화는 물론, 사건 사고가 큰 굴곡을 갖고 있지 않아 영화를 본 어떤 관객들은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미장센, 인물들의 표정, 감정 등에 초점을 맞추고 흐름을 따라가 몰입하다 보면 끝에는 안개와 같이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킹스맨

★★★☆ (3.5/5)

대사가 아닌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달한 영화

프로도

★★★☆ (3.5/5)

두 사람의 애틋함과 시애틀의 분위기가 전달하는 뭔지 모를 먹먹함

심바

★★★☆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