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장발장

영화의 처음은 빵을 훔치다 잡혀 노역을 살고 있는 장발장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빵 하나 훔쳤다고 노역까지 진다고?”라고 의아할 수 있지만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과거 프랑스에서 기아와 신분제에 극심한 고통을 겪던 민중들이 왕을 죽이면서 그 유명한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키죠. 하지만 혁명은 민중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었어요. 프랑스 내부적으로는 반혁명 세력과의 갈등, 그리고 권력 다툼이 있었고, 외부적으로는 주변국에서 혁명을 우려해 프랑스에 군대를 보냈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프랑스가 내외부적으로 어수선하니 경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아졌어요. 그에 따라 물가도 어마 무시하게 오르기도 했고요. 장발장이 빵을 훔친 것도 바로 이 시기였어요. 나라는 어수선하고, 경제는 파탄 나니 굶주리는 것이 당연했겠죠. 장발장의 조카들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장발장은 조카들에게 줄 빵을 훔치게 된 것이에요.

산업화가 낳은 부랑인들

장발장만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것은 아니에요. 매춘으로까지 몰락한 팡틴, 돈밖에 모르는 테나르디에 부부 등 몰락한 하층민들도 나름의 사연이 있었어요.
나폴레옹 몰락 이후 다시 권위적인 왕정으로 돌아갈 뻔한 프랑스에서 ‘7월 혁명’을 통해 새로운 왕 ‘루이 필리프’가 집권해요. 루이 필리프는 민중을 위해 자유로운 정책들을 제시하죠. 자유로운 산업화 역시 그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산업화를 통해 부르주아들은 많은 부를 쌓을 수 있었지만, 노동자 및 일반 민중들은 그러지 못했어요. 도시에 인구가 몰리면서 집이 부족해지고, 그러면서 슬럼가가 생겨났어요. 그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을 통해 물가가 올랐지만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물가를 반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슬럼가에는 살아남기 위해 매춘을 하고, 사기를 치고,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이 늘어났던 거예요. 이러한 상황은 결국 <레미제라블>에서 다뤄진 ‘6월 봉기’가 일어나는 데 영향을 끼쳤죠.

이처럼 <레미제라블>은 인물들이 시대적 상황에 휘말리면서 일어난 이야기였어요. 그냥 영화를 봤을 때는 배우들의 노래와 감정 연기에 집중했는데, 역사적 사실을 알고 나니 인물들이 측은하게 느껴졌어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에요. 선택을 하다 보면 자신과 타협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죠. 19년 옥살이의 억울함부터 자신에게 의지하는 많은 사람들까지. 시장의 자리에 오른 장발장이 자신과 타협할 이유는 충분했어요.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죠.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유혹을 이겨내는 장발장의 모습이 담긴 노래예요.

• 영화의 가장 큰 대립이라고 하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장발장’과 원칙에 따라 범인을 찾아 해매는 ‘자베르’를 들 수 있죠.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자베르가 시장이 된 장발장을 마주한 순간, 그들은 다시 한 번 불꽃을 튀깁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폭발하듯 보이는 이 장면은 정말 ‘대치, 대립’이라는 단어를 몸소 표현한 것 같았죠. 무엇보다 같은 멜로디에 서로 다른 가사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장면은 정말 소름이 돋았는데요. 추가로, 자베르가 말하는 장발장의 수감번호, Two-Four-Six-O-One 발음은 아주 살벌하고 쫄깃해서 더 기억에 남네요!

• 아베쎄의 벗들 속에서 어른 못지않았던 열정의 가브로슈, 다들 기억하시죠? 비록 바리케이드 밖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어른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한 그 행동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런 가브로슈가 돋보였던 넘버로 <Paris / Look Down>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때 왕을 죽였어’, ‘죽어서야 모두가 평등해지지’ 등 혁명에 대한 가브로슈의 열망이 가득한 가사들로 구성된 당찬 노래예요!

• 알라딘 - 부귀맨 여러분들 짝사랑해 보셨나요..? on my own은 에포닌이 빗속에서 마리우스에 대한 짝사랑의 슬픔으로 부르는 노래예요.😢 막장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철이 빨리 든 에포닌. 짝사랑 중이지만 그들의 사랑도 응원해 주죠.. 그렇게 쓸쓸한 거리에서 그와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하면서 부르는데 에포닌의 감정선이 너무 잘 느껴져 저까지 슬퍼진답니다..ㅜ

• 아베쎄의 벗들이 혁명을 외치는 노래로 레미제라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곡들 중 하나죠. 특히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 장면은 고통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이들의 외침이 음악에 잘 담겨 그들의 굳센 의지와 바람이 느껴져 제게는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또한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인물들이 함께 해당 넘버를 부르는 장면은 벅찬 감동을 가져다주며 깊은 여운을 남긴 것 같아요.

• 아베쎄의 벗들 중 홀로 살아남은 마리우스가 친구들의 빈자리를 보며 절망과 슬픔을 쏟아내는 곡이에요. Here they sang about tomorrow and tomorrow never came.이라는 가사가 비참한 상황을 잘 보여주기도 해요. 마리우스는 혁명에 함께 했지만 홀로 장발장에게 발견되어 살아남고 친구들은 모두 죽었어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결연함과 대비되어 Where my friends will sing no more라는 가사가 서사를 이어받는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