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은 원작 만화, TV 애니메이션과는 별개의 내용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평행 우주의 이야기예요. 그 때문에 둘리가 쌍문동에 오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부분이 또 다른 재미랍니다. 영화는 빙산 지대에서 시작되는데, 펭귄 사냥에 실패한 범고래가 해수면 아래 빙하에 갇힌 둘리를 보고 돌진하고 그 충격으로 둘리가 갇힌 빙하가 서울까지 떠내려온다는 설정이에요. 둘리의 등장뿐 아니라 여러 캐릭터가 만나는 과정과 순서, 둘리 엄마의 전체적인 모습 등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TV 애니메이션이나 원작 만화를 먼저 본 사람들은 살짝 이질감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만화의 여러 등장인물들을 어색하지 않게 등장시켰다는 점, 성공적인 스토리의 끝맺음 등으로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손꼽히는 작품이에요.

또, 입체적인 악역 고길동도 인기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일반적으로 어린이 대상 미디어에서 악역은 주인공이 물리쳐야 하는 평면적인 캐릭터가 되기 마련인데요, 고길동은 어른들이 봐도 공감이 갈 정도로 입체적인 캐릭터에요. 둘리처럼 오래된 아동 애니메이션이 이같은 진보적인 연출을 한 것도 둘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앞으로도 둘리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어린이들이, 그리고 어른들도 즐거움과 공감을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둘리’라는 캐릭터는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아기공룡 둘리>가 흥행하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우리에게 초록색 공룡으로 고유명사처럼 남은 캐릭터예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둘리 이름의 유래를 아시나요? 우리말에 순서를 셀 때 ‘하나(1)’, ‘두리(2)’라는 표현이 있는데, 원작 만화에서 둘리 형의 이름이 ‘하다(하나)’라서 둘리의 이름은 둘째라는 뜻의 두리로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흔한 이름이었기에 독특한 이름인 둘리로 짓게 되었다고 해요. 새로운 사실이지 않으신가요? 둘리의 탄생에는 이렇게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 같이 한 번 살펴보아요!

둘리의 원래 색깔은 초록색이 아니었다고 해요. 초록색이 아닌 둘리라니, 상상이 되시나요? 1983년 당시 최고의 월간지인 보물섬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된 아기공룡 둘리는 연재 초반만 하더라도 초록색이 아닌 갈색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더 귀엽고 아이들이 선호하는 색인 초록색으로 변경하자는 편집장님의 제안에 지금의 둘리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근데 이 초록색도 여러 단계를 거쳐왔다고 해요. 하늘 아래 똑같은 색은 없다고 하죠? 둘리의 초록색을 두고 진한 둘리, 연한 둘리로 나뉘는데 어떤 둘리를 보고 자랐는지에 따라서 세대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둘리는 어떤 색인가요? (진한 둘리가 익숙하시다면 님은 80-90년대 생일 확률이 높네요!)

▲ 좌측부터 1983년, 1987년, 2008년

둘리가 탄생했던 80년대에는 아이가 어른에게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릴 정도로 규제가 심했다고 해요. 이에 김수정 작가는 주인공 친구들을 인간이 아닌 동물을 의인화하여 내세움으로써 규제 장벽을 낮추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는 강아지나 고양이같이 흔한 동물이 아닌 색다르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주인공을 원했는데요. 그렇게 고심 끝에 아기공룡 둘리, 외계인 도우너, 타조 또치와 같은 세상에 없던 독특한 캐릭터들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해요.

보통 사람들은 둘리를 ‘브라키오사우루스’라는 초식동물로 많이 알고 있는데, 사실 ‘케라토사우루스’라는 육식동물을 모티브로 그려졌다고 합니다. ‘뿔 있는 도마뱀’이라는 이름처럼 코와 눈 위에 뿔이 돋아있는 특이한 생김새를 가진 무서운 공룡인데, 둘리는 귀엽고 동글동글한 생김새라 매치가 어렵지 않으신가요? 사실 이는 김수정 작가의 실수라고 해요. 브라키오사우루스인 둘리 엄마의 푸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에 집중하다 보니 둘리의 종족을 잊어버리고 브라키오사우루스로 그리게 된 것이죠. 케라토사우루스와 닮은 점이 있다면 바로 뿔인데, 둘리의 흰색 코가 바로 코가 아닌 뿔이라고 합니다.

▲ (좌)케라토사우루스, (우)브라키오사우루스

이렇게 탄생한 둘리는 첫 탄생 이후 4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변치 않는 사랑을 받고 있어요. 둘리는 그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으로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제작될 당시 제작비 부족으로 인해 둘리의 저작권을 담보로 6억 원을 대출했었다고 하는데, 만약 영화의 흥행이 실패했다면 김수정 작가는 둘리의 저작권은 잃어버렸겠죠? 추억 속의 둘리로 보존될 수도 있지만 변형될 수도 있던 위기가 있었다니 흥행에 성공하게 되어 참 다행이네요.

코다마

★★★★☆ (4.5/5)

소드마스터 고길동,, 폼 미쳤다!

심바

★★★☆ (3.5/5)

많은 것이 변해도 그 시절 둘리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