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생각나는 로맨틱 코미디, 뭐가 있으신가요? 이름부터 '썸머'인 그녀와 '톰'의 사랑 이야기, 생각나지 않으시나요? 이번 부귀영화는 여름을 배경으로, 여름 같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톰의 이야기인 <500일의 썸머>를 준비해 봤어요.

우리가 사랑한 계절, 누구에게나 있었던 '썸머'. 부귀영화와 같이 만나봐요.  

이제부터 <500일의 썸머>에 대해

낱낱이 파헤칠 거예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요! 

<500일의 썸머>는 뒤죽박죽으로 섞인 시간선이 특징적인 영화예요. 사건이 발생한 순서대로 영화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뒤죽박죽 섞인 시간선을 관객이 따라가야 하는 거죠.

이러한 연출은 익숙한 구성들임에도 진부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가장 익숙한 건, 착하고 소심한 남자 주인공 톰이 겪는 사랑의 사이클입니다. 사랑의 설렘, 환희부터 이별의 고통, 재회의 희망과 배신감, 체념과 극복까지, 톰은 사랑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겪고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사랑의 기승전결은 관객이 보편적인 경험을 기억해 내도록 만들었죠. <500일의 썸머>가 시간 순서대로 나열된 영화였으면 오히려 너무 지루하고 뻔한 영화가 되었을 거에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참신함을 살리는 전략인 ‘시간의 재배치’가 이 영화를 더 좋은 영화로 만든 것이죠.

정신이 없을 정도로 시간을 뒤죽박죽 섞어 서술하는 사랑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 사랑의 사건을 ‘낯설게’ 느낍니다. 그래서 관객이 이 이야기를 한 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죠. 그래서 관객들은 더 객관적으로 이 사건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되새길 수 있게 됩니다. 뒤죽박죽한 시간선에 따라 재배치된 장면은 톰이 연애를 자기가 보고싶은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 덕분에 이 영화는 시간이라는 장치에서는 한 발짝 멀어져, 한 남자의 사랑과 실연을 통해 어떻게 인간이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변하는지 지켜볼 수 있도록 해요.

생각나는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되새겨볼까요? 일반적으로 남녀는 티격태격하다가도 당신이 내 인생의 동반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던가, 겉멋에 홀려 홀딱 넘어간 상대보단 내 옆에 있어준 평범한 상대가 내 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500일의 썸머>는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어요. 순서를 무시하고 두서없이 서술된 연애의 기억들은 톰이 겪은 사랑의 사이클에 존재하는 모든 시간을 같은 비중으로 다루게 됩니다. 어떤 사랑의 단계가 강조되기보다는, 모든 단계가 충격적으로 대비될 정도로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기도 해요. 첫 경험 뒤의 득의양양한 톰의 모습과 실연당한 모습을 빈틈없이 붙여놓는 식의 연출로 말이에요.

이런 서술 방식과 연출을 통해 <500일의 썸머>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로맨틱코미디가 되었답니다.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가사는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500일의 썸머>의 OST는 감각적이며 인물들의 심리를 대변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음악으로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키운 그들의 이야기 속 OST 이야기! 감독의 의도가 담긴 음악 선정과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ost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영화의 재미를 더하며 감각적인 느낌을 제공하는 <500일의 썸머>를 귀로 감상해 보아요.

🎧썸머와 톰의 첫 만남은 음악으로 시작됐습니다. 톰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썸머가 반응을 한 것이었는데요. 이때 들려오는 음악은 밴드 더 스미스의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였죠. 그저 지나칠 수 있는 멜로디, 그리고 매니아만 듣는다고 생각했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 썸머! 공통된 음악적 취향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호감을 갖게 된 것이에요. 그러다 두 사람이 썸으로 관계를 진행시키는 장면에도 음악은 함께했습니다. 썸머가 회식 자리에서 부른 노래 <Sugar town>! 이 음악은 배우 주이 디샤넬이 직접 고른 곡이라고 해요. 이 노래를 부르는 썸머를 통해 그녀의 발랄한 매력과 함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장면이었어요.

첫 만남의 달콤함과 대비되는 장면이 있죠. 바로 둘의 사이가 소원해진 시기에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톰이 더 스미스의 다른 노래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를 틀었을 때 썸머는 반응하지 않고 지나치는데요. 음약 취향이 겹치면서 호감을 갖게 된 처음과 달리, 하나 둘 다른 점을 발견하고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둘의 관계는 많이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썸머가 데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도 들려오는 노래가 있었어요. 바로 사이먼 앤 가펑클의 <Bookends>입니다. 감독에 따르면, 해체된 그룹의 곡을 사용하면서 두 주인공이 겪는 이별의 아픔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해요. 헤어진 후에는 톰이 더 클래시의 'Train in vain'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요. 이 곡은 사랑에 대한 의심과 상실에 관한 노래로, ‘And then you left me(넌 나를 떠났지)’라는 가사가 나오죠. 그리고 회사 동료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썸머로부터 파티에 초대받은 톰! 썸머와 좋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현실은 매우 달랐어요. 이때 나오는 음악 <hero>는 ‘No one's got it all(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없어)’라는 가사가 등장하며 톰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어요.

이렇게 음악으로 표현되는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 감독이 각각의 장면을 디테일하게 표현했으며 음악을 중요한 요소로 설정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에는 스토리상 노래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나타냅니다. 두 사람이 학창 시절부터 들은 노래부터 시작과 만남, 그리고 이별까지 음악이 함께였죠. 서로의 노래 취향으로 다투면서 멀어짐을 나타내기도 했는데요. 영화와 명곡의 만남!🎵 이 작품을 다시 본다면 노래 속 가사에 집중해 보는 것 추천드립니다!

앞서 <500일의 썸머> 속 음악들을 살펴보며, 영화의 OST에 많은 디테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두 번째 비하인드에서는 주인공들의 관계, OST에 집중하다 놓쳤을 다른 디테일들을 준비했어요. 그럼 <500일의 썸머>에 또 어떤 디테일이 숨겨져 있는지 한번 볼까요?

영화를 보다 보면 톰과 썸머의 관계가 참 알 듯 말 듯 해요. 마주 보고 웃다가도, 장면이 전환되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냉랭한 분위기를 보이죠. 주인공들의 이런 분위기는 장면의 색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요. 그 색이 바로 파란색과 빨간색이에요. 우선 영화에서 사랑의 색은 파란색이에요. 이 파란색이 가장 눈에 띄게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500일의 썸머>의 명장면 중 하나인 톰의 길거리 댄스 장면이에요. 썸머와 좋은 시간을 보낸 톰은 평소와는 다른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서요. 신나는 기분을 주체못한 그는 춤을 추며 거리를 걷고, 이때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춤을 추며 사랑의 기쁨을 만끽하죠. 반면에 둘의 관계가 냉랭할 때는 파란색보다는 빨간색이 많이 쓰여요. 썸머의 아파트에 걸려 있는 종이학 중에서 톰을 상징하는 듯한 한 마리만 빨간색이었고, 썸머가 떠난 후에도 이 빨간색이 쓰이는데, 톰의 새로운 사랑으로 등장한 어텀이 입은 블라우스가 바로 빨간색이었죠.

<500일의 썸머>는 LA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래 건축가 톰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영화는 단순히 주인공의 꿈이 건축가라는 설정에 그치지 않고,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건축물을 보여줘요. 그동안의 영화들은 LA의 웨스틴 보나벤처 호텔이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등 최신식의 빛이 나는 건축물을 보여줬어요. 하지만 <500일의 썸머>에 나오는 건물들은 조금 달라요. 톰이 가장 좋아하는 건물은 1926년에 지어진 파인 아츠 빌딩이고, 톰과 썸머가 데이트하는 극장은 LA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밀리언 달러 극장이에요. <500일의 썸머>는 이렇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건축물을 담으며 “ LA라는 도시의 풍경과 정취, 우리가 잘 몰랐던 LA의 근대 건축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어요.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썸머는 어장관리를 한 것인가’라는 주제였죠. 이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나왔었는데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연애 방식을 선호하는지,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는지 등에 따라 개인마다 얼마든지 다른 시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단순하게 바라보면 어떤 이유로든, 썸머의 행동이 좋아 보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우리는 손도 잡고, 데이트도 하지만 친구야’라뇨? 애매한 관계를 유지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기에는 톰은 이미 그녀를 사랑하는데 한순간에 끊기가 어떻게 쉽겠어요. 물론 조금 더 생각해 본다면, 취향을 존중하지 않고, 사랑에 빠진 자신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사랑을 보인 톰에게 확신이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그저 그러한 톰이었기에 관계를 정립할 만큼 사랑하지 않았던 거겠죠. 사랑하지 않으면 여지를 주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톰, 이 답답한 남자!

영화 <500일의 썸머>는 단순히 운명적인 사랑의 설렘만을 보여주고 있지 않아요. 영화를 본 누군가는 톰에게 이입하여 썸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하고, 포기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썸머를 이해하며 톰의 소심하면서도 이기적인 면모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의 현실 연애 같지 않나요? 우리는 항상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고뇌에 빠지곤 하니까요. 오늘은 조금은 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한, 그래서 더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로맨스 영화를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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