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장화, 홍련>이 조선시대 소설 <장화홍련전>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아실 거예요. 그런데 조선시대 소설이 어떻게 현대 시대 영화로 재탄생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계시나요? 처음에 저도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설과 영화가 비슷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사실 <장화홍련전>과 <장화, 홍련>은 전체적인 배경과 서사의 차이가 크답니다. 그래서 그 차이에 대해 한번 알아보려고 해요!

• 공통점

먼저 두 작품의 공통점을 살펴볼게요. 첫 번째는, 두 작품 모두 계모와 자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에요. 다른 작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계모들이 나쁘게 그려지듯이 <장화홍련전>과 <장화, 홍련>에서의 계모도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죠. 두 번째로, 자매 중 한 명이 먼저 죽는다는 점이에요. 소설 <장화홍련전>에서는 언니가 먼저 죽음을 당하고, 영화 <장화, 홍련>에서는 동생이 죽음을 당한다는 점은 다르지만 말이에요. 세 번째로, 원귀가 나와요. <장화홍련전>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자매들이 원귀가 되어 새로 부임한 부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죠.

*고려·조선시대 지방 장관직

• 차이점

반대로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사실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아요. 우선 눈에 띄는 차이로는, 소설과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달라요. 앞서 얘기했듯이 소설은 조선시대, 영화는 현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두 번째로, 전체 서사를 관통하는 작품의 주제가 상이해요. 원작은 나쁜 계모를 처단하고 자매의 억울함을 푸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얘기하지만, 영화에서는 동생만을 생각하는 순수한 수미의 죄의식에서 비롯한 끔찍한 망상을 보여주며 ‘선과 악의 모호한 관계’를 그리고 있어요. 감독은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보편적인 권선징악 이야기보다 수미라는 인물을 통해 선과 악의 기준은 불분명한 것임을 말하려고 했을지도 몰라요. 마지막으로 원귀의 근원이 달라요. 원작에 등장하는 원귀는 자매의 억울한 죽음으로 생겨난 원귀였지만, 영화에서는 수미의 죄의식에서 비롯한 망상 속에서 원귀가 나타나요. 그뿐만 아니라 발작을 일으키며 싱크대 귀신을 본 은주의 올케 ‘미희’와 영화 후반 장롱 귀신을 마주한 ‘은주’를 통해 실제로도 원귀가 존재한다는 점도 알 수 있었죠.

└ 프로도 : 싱크대 귀신 정말 깜짝 놀랐잖아요…😱

영화에서 다양한 색채는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특히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은 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강렬한 색을 이용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했으며, 붉은색과 대조되는 올리브 그린 색을 여러 소품에 사용하여 차분하면서도 음침한 분위기를 이끌어냈습니다. 더불어, 각 인물을 표현하는 색감도 미리 설정하여 촬영을 진행했다고 해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의상 속 색감을 확인하러 함께 가보시죠!👚

영화 <장화, 홍련>은 한국 영화 중 미장센이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집이 또 하나의 배우’라고 할 만큼 미장센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요. 순수 제작비 28억 원 중 무려 7억 원을 집과 소품에 투입했다고 해요.

영화 속에서 어머니가 죽고 새어머니를 받아들여야 했던 자매의 심리가 집안 인테리어를 통해 나타나지는데요. 영화 <장화, 홍련> 속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은 일본식 양옥으로 그 자체가 이국적이고 뒤틀린 느낌을 주고 있어요. 벽지는 화사한 꽃무늬 패턴을 주어 일반적으로 여성적이며 가정적인 인상을 풍기지만, 반복된 패턴으로 가득해서 묘한 공포감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에 신경질적인 날카로움을 더하고 있답니다. 또한, 옷장이나 소파 등 가구에도 반복적인 꽃무늬 패턴이 들어가 있는데, 이와 합쳐진 앤티크풍의 가구는 음침한 색깔과 어두운 조명과 어울려 음흉한 분위기를 주고 있어요. 김지운 감독은 이런 장치들을 통해 우리가 ’집’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안전함과 안락함이라는 생각을 배반하여 가장 공포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