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는 한국의 오컬트 영화로서 큰 화제를 모은 영화인데요.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 한국인의 무의식 속 깊숙이 자리한 신앙, 역사, 그리고 억눌린 기억들을 절묘하게 엮어낸 작품이에요.

땅이 곧 운명이다

〈파묘〉 이야기의 중심에는 ‘땅’이 있어요. 한국 전통에서 땅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운명을 결정짓는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해요. 한국인의 마음속 깊은 곳엔 ‘땅’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어요. 이는 단지 감성이 아니라 농경문화에서 비롯된 생존 본능이었죠.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땅을 생명의 근원으로 여겼는데요. 더 좋은 땅, 지력이 강한 땅을 얻는다는 건 단지 땅을 사는 일이 아니라, 기근을 이겨내고 오래 살며, 자손들이 잘 먹고 잘사는 삶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었어요.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풍수지리 신앙으로 이어졌습니다.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둔 배산임수의 명당, 그곳에 집을 짓고 조상의 묘를 쓰는 일은 단지 전통이 아닌, 부와 장수를 꿈꾸는 현실적인 전략이었죠. 오늘날엔 많은 이들이 풍수를 미신으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 믿음은 여전히 우리 일상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집을 고를 때 ‘터가 좋다’, ‘햇볕이 잘 든다’는 말로 포장되지만, 실은 풍수지리적 감각이 깊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죠.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명당’이라는 소재를 역사적 상처와 결합시켰다는 점이에요. 묫자리에 얽힌 수수께끼는 일제강점기 음양사들의 저주로 연결되고, 한반도의 허리에 무사 귀신을 묻어 나라의 기를 끊으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암시하는데요. 실제로 일제가 경복궁을 가리기 위해 조선총독부를 세우고, 명산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르죠. 이처럼 영화는 이 모든 걸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풀어냅니다.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왜 우리는 그 장소에서 불안함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하고요.

일본을 상징하는 요소

그 과정에서 영화에는 일본의 음양사들이 등장하는데요. 음양사들은 단순한 적이 아닌 역사적 존재이자, 제국주의적 침략의 또 다른 얼굴로 등장합니다. 기쓰네(여우)로 등장하는 일본 스님은 실제로 음양사였고, 그는 한반도에 쇠말뚝을 박아 땅의 기를 누르려 했어. 일본에서는 저주를 위한 반야심경 독경, 귀신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주술적 문화가 존재했고, 영화는 이를 그대로 반영해내요.

영화 〈파묘〉에서 중요한 열쇠로 등장하는 존재인 음양사를 일본식 귀신 퇴치사 정도로만 알고 계셨다면, 그 뿌리는 훨씬 깊고 복잡해요. 음양사는 6세기경 일본에 등장한 존재들로, 처음에는 점을 보고, 땅의 기운을 살피고, 달력을 만들고, 천체를 관측하는 등 국가 차원의 자연학자이자 점성가로 활동했어요. 즉, 음양사는 단순한 ‘무당’이 아닌, 당대 일본 왕조의 과학과 신앙을 아우르는 공식 관료 집단이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점점 신도와 불교의 주술적 기술을 흡수하고, 귀신을 다루고 저주를 퍼붓는 강력한 존재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일본 무사정권과 왕조는 이들을 국가의 영적 무기로 활용했고, 그 위상은 근대 일본까지 이어졌죠.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전까지도 일본 정부는 음양사의 후예들을 통해 미·영 연합군을 향한 집단 저주를 실행했다고 해요. 일본이 군사력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기’의 힘을 중요하게 여긴 걸 알 수 있죠.

극 중 등장하는 ‘불덩이 귀신’은 단순한 공포 이미지가 아닌, 만명을 죽이고 신이 된 일본 무사는 “조선신궁에 자신을 모셔야 했다”며 분노해요. 영화는 실제 일본의 식민지 시절 신사 건립과 저주 문화를 끌어와, ‘한반도에 박힌 저주의 흔적들’을 시각적으로 되살리기도 하죠. 그리고 그 저주를 풀기 위한 여정이 바로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예요.

2024년 상반기, 극장가에 묵직한 한 방을 날린 영화 <파묘>는 단순한 흥행작 그 이상의 화제를 몰고 왔어요.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형 오컬트의 외연을 확장시켜 온 장재현 감독이 다시 한번 깊은 뿌리의 이야기를 꺼내 들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죠. <파묘>는 개봉과 동시에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한국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익숙한 듯 낯선, 전통과 현대가 만난 오컬트

<파묘>는 전통적인 장례 문화인 '이장'과 한국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요. 낯설지 않은 배경, 그러나 그 안에 깃든 불길한 기운과 초자연적 현상은 초반부터 관객을 사로잡죠. 전반부는 뛰어난 촬영 연출과 음산한 사운드가 더해져, 긴장감 넘치는 정통 심령 오컬트물의 정수를 보여줘요. 어두운 공간, 낮은 조도, 무속의 제의적인 분위기 등은 오컬트 팬들에게 익숙하면서도 깊이 있는 체험을 선사하죠.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장르의 전환에 있어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영화는 갑작스럽게 크리쳐물의 형식을 띠게 됩니다. 특히 5장 이후 미지의 존재가 실체화되면서 공포의 형태가 추상에서 구체로 바뀌는데요. 이는 장르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관객의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했어요.

흥미로운 점은 <파묘>가 항일의 역사적 정서와 민족의 무속 전통을 정면으로 마주한 장르물이라는 점이에요. 주인공들의 이름부터가 독립운동가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 땅의 정기를 이야기하면서도 과도한 이념적 해석을 피하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 이상의 층위를 의도했다는 방증이죠.

<사바하>나 <검은 사제들>에서 서양 오컬트 문법을 차용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파묘>는 무속, 풍수, 도깨비불, 민족 정기와 같은 한국 고유의 정서가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차별점을 갖고 있어요. 덕분에 젊은 세대는 물론 중장년층에게도 낯설지 않은 공포와 흥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데 성공했죠.

이 영화는 후반부의 장르 변화, 즉 공포에서 액션으로의 전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려요. 장재현 감독은 이를 통해 오컬트가 단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리 정서와 맞닿아 있고, 그 속에 서사적 깊이와 재미를 담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파묘>는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 한국형 오컬트물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확장한 작품이에요.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이 ‘어디서 본 듯한’ 서양식 장르물에 머물렀다면, 이번 <파묘>는 분명히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오컬트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치는 이 영화는 충분히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제작 비하인드

장재현 감독은 <파묘>의 이야기 구상이 오래전 목격한 장면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장재현 감독이 어릴 적 시골에서 살 때, 마을 뒷산에 있는 오래된 산소가 이장하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무속인들이 와서 굿도 하고 제사도 지내며 묘를 파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고 하죠. 흙을 깊게 파고 땅으로 들어갈 때, 과거로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깊은 땅속에서 아주 오래된 작은 나무 관을 꺼낼 때의 풍경이 잊히지 않았다고 하죠.

감독은 <파묘>를 위해 장례 지도사 자격증까지 공부하며 10여 차례 이장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또한, 장의사와 풍수사, 무속인들을 취재하며 영화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죠. 장재현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처음 장의사 3분을 만나서 조사하다가 자연스럽게 풍수지리가를 만나게 되고, 그다음에는 무속인들을 만나며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영화에 제일 잘 어울리는 분을 찾으며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숨겨진 장치

영화 속 인물들의 이름이 독립운동가와 같다는 점 아셨나요? 풍수사 ‘상덕’은 임시정부 국무 위원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상덕 선생과 이름이 동일하며, 장의사 ‘영근’은 조선 왕비 민씨를 살해한 우범선을 암살한 고영근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무당 ‘화림’은 항일 운동가 이화림 선생을, 제자 ‘봉길’은 윤봉길 의사를 떠올리게 하죠. 여러 인물이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동일하다는 점은 굉장히 인상적이고 감독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절의 이름 역시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의 ‘보국사’였으며, 이 절을 만든 스님의 법명은 원봉으로 의열단장이던 김원봉을 떠올리게 하죠. 그뿐만 아니라 장의사 영근이 일하는 곳의 간판은 ‘의열 장의사’라고 합니다. 그리고 차량 번호도 독립과 관련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해요. ‘1945′ ‘0301′ ‘0815′로, 각각 일제로부터 광복한 해, 삼일절, 광복절로 독립과 관련한 숫자였죠. 마지막으로 풍수사 상덕은 묫자리에 100원 짜리 동전을 던지는데요. 관객들은 이 행위가 100원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을 강조했다고 해석했죠. 이에 장재현 감독은 실제로 풍수사가 묫자리에 10원 짜리를 던지는데, 흙색과 비슷해서 100원짜리로 하게 됐다는 비하인드를 전했습니다. 이렇게 <파묘>는 숨겨진 장치들을 찾아내고 해석하는 재미가 가득한 영화였어요.

저는 무사 귀신이 관에서 깨어난 그 순간이 가장 인상에 남았어요!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바로 이 기점으로 바뀌었는데요. 그간 실체가 보이지 않는 영적인 두려움으로 영화를 보았다면 이때부터는 직접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장신의 귀신이 나오니 몰입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때부터 장르가 바뀌었다고 생각해 몰입감이 깨졌다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요. 그만큼 앞에서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고 생각해 <파묘>가 흥행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킹스맨

★★★★ (4.0/5)

급변한 장르전환이었지만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좋았다.

프로도

★★★☆ (3.5/5)

험한 것이 많이 나오는 영화

심바

★★★★ (4.0/5)

종교와 전통, 믿음과 공포가 교차하는 장르, 오컬트 영화. 서양에서는 익숙한 엑소시즘과 악마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한국 영화가 만들어낸 오컬트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가 자라며 자연스럽게 익힌 무속신앙, 풍수, 조상신같은 개념들이 서사에 녹아들면서 더 친근하고, 동시에 더욱 깊은 공포를 자아내죠. 그래서일까요, 한국형 오컬트는 단순한 장르를 넘어 우리가 믿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또다른 오컬트 영화를 추천해 드릴게요!